모래의 얼굴

온라인 개인전

모래의 얼굴

by 김성엽 · 조회수 302회  · 2021년 12월 13일

모래를 쌓는 건 어쩌면 덧없는 일처럼 보인다. 물먹은 모래를 두드려 만든 성은 결국 제 형태를 잃고 흩어질 테다. 그러나 흐르는 세계 속에서 생성되고 축적된 모래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성엽 작가는 이러한 물성에 매료되어 작업의 소재로 삼아왔다. 그가 수 천 번 점을 찍어 직조한 모래는 삶의 은유다. 계속해서 세상을 더듬으며 치열하게 쌓아올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김성엽 작가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김성엽입니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참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평촌에 있는 조그마한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크면서 여유가 생겨서 (웃음) 다시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Artists on sandisland>, 2021, Acrylic and oil, 80.3x116.8cm

모래에서 느껴지는 생각, 정서적인 것들을 평면에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하나 점을 찍어서 점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그 행위 자체가 마음에 편안함을 가져다주거든요.

모래의 표현

섬세하고, 부드러운 모래의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제가 원하는 모래를 나타내기 위해서 많이 신경을 써요. 이전에는 물감에 직접 모래를 섞기도 하고, 캔버스에 붙여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건 마음속에 있는 모래의 느낌이 아니었어요. 너무 거칠고 딱딱하더라고요. 푸근한 모래였으면 좋겠다, 그 알멩이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있으면 해서 즉각적으로 마르는 아크릴 물감과 00호 세필 붓을 써서 표현을 하죠. 그 위에 완성도를 위해 꽃이나, 장난감, 조개껍데기 같은 오브제를 그릴 때에는 유화를 쓰고요.

<Island2020-7>, 2020, Acrylic, 53.0x45.5cm

형태를 구상하는 데에도 굉장히 신경을 쓰신다고요.

모래의 변화 과정

작업 공간 한 편에서 직접 모래를 만지면서 구상을 해요.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처음 모래성을 만들어 놓고요. 물기가 증발하면 모래가 차분하게 깔리면서 내려앉아요. 이런 형태와 함께 색에도 많이 집중하죠. 과거에는 한 가지 색만 썼는데 지금은 여섯 가지 색을 조색해서, 배치를 하면서 병치혼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조색 과정

 모래표현 세부샷

모래가 정말 중요한 소재네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신 거에요?

2000년대 초반, 학창 시절에는 도시의 빛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짙은 남색으로 어둠을 만들고, 창문 하나하나 점을 찍으며 불을 밝혔어요. 점을 찍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도 컸지만, 점들이 모여 빛을 만들어낼 때의 임팩트를 시사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Over the river>, 2007 , 85x112cm, acrylic and sand on canvas

강을 놓고 화려하게 발전한 대도시의 모습과, 우리가 있는 이쪽의 모습들. 이건 신문에서 구한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한 거예요. 당시 낡은 인쇄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다 보니 노이즈가 자연스럽게 모래처럼 보이더라고요. 여기에서 처음 모래의 느낌을 발견하게 됐어요. 강 너머의 화려함보다는, 강 이남의 무늬와 흔적들에 애착이 많이 가더라고요. 여기에서 모래처럼 점을 찍어 그려나가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점을 찍는 행위에서 출발한 모래 형태를 계속해서 발전시키셨어요.

아무래도 모래로 만들어진 형상들은 죽음, 사라지는 것을 연상시키잖아요. 당시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존경하던 화가들의 작품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반 고흐, 미켈란젤로 같은 거장들의 완성된 그림들을 새롭게 표현을 하고 싶었죠. 유명한 그림을 딱 보면 누구나 쉽게 알아보잖아요? 그런데 모래로 표현을 하면 낯서니까,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돼요.

<모나리자1>, 2008, 116.7x91cm, acrylic and sand on canvas

유행의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흩날리고, 사라지게 하는 팝아트적 시도도 많이 했고요. 실제 모래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다가 작업을 하면서 이제는 점을 찍어서 모래를 표현해 내는 행위에 더 집중을 하게 됐어요.

<Disappearing Marilyn monroe>, 2009, 160x130cm, acrylic and sand on canvas

최근 작업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많은 변화가 있네요.

그렇죠. 물질적으로는 똑같은 모래지만, 제가 느끼는 부분과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으니까요. 변화의 시점은 아내를 만나면서부터예요. 이전에는 사회적인 문제나 소멸, 덧없음에 대한 무거운 내용을 주로 다뤘어요. 계속 작업에만 몰두하면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요. 제 집 사람이 그 당시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을 거에요.

<Sandisland-fourseasons in>, 2021, Acrylic and oil, 60.6x72.7cm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에 갔을 때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어요. 그때 화이트비치에서 느꼈던 모래가 너무 부드럽고, 따뜻한 거예요. 당시 저는 모래의 사라지는 특성만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모래를 통해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겠다 싶어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게 됐죠. 모래도 거친 단색에서 여러 색을 병치해서 선명하고 따뜻한 부드러운 표현으로 변화한 것이고요.

다시 작업을 시작하실 때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홍대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다음에는 강의도 하고 작업을 한창 했어요. 미술계가 어려워지면서 생계를 위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개인 작업을 거의 못했습니다. 10년 가까이 가지고만 있다가, 여유가 생기면서 최근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어요.

<Nostalgia>, 2020, Acrylic, 72.7x60.6cm

그림을 그리는 건 아이들을 위한 목적도 크죠. 하나하나 그려내는 것이 즐겁고, 제 생각과 목소리를 담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만족감도 매우 크고요. 성취감이 있으니까요 (웃음)

아이들과의 모래놀이

그림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궁금해요.

아이들이 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하겠죠? 그러다 실패도 경험하고요. 관념적으로는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작품을 통해 "실패를 했다고 해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 경험이고, 경험이 쌓여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물론 그림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고요. 바닷가에 가서 맨발로 걸어보면 마치 시간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모래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거잖아요. 제 그림을 통해서도 지나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함축적으로 느끼면서 차분하게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언제나 우리를 다독거려주잖아요. "괜찮다"라고요.

김성엽 작가의 작업실

오전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후에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요. 그리고 나서 새벽 2시까지 작업을 해요.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제 작업을 놓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제 생활도 열심히 하고 가장으로서 책임도 지면서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지금이 매우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만족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풍경화#바다#풍경#모래#청량한#동심#모래섬

작가노트

모래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모래를 보며, 모래를 떠올리며 우리는 다양한 감성에 사로잡힌다. 때로는 추억을 회상하고, 때로는 허무함을 느끼고, 때로는 희망을 품는다. 사랑. 평온. 따뜻함. 그리고 소멸.. 이처럼 모래가 여러 감성을 품고 있는 것은, 수많은 모래 알갱이가 모여서 어떤 형상을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만들어가는 모래 형상도 하나 하나의 점들이 모여 이뤄진다. 나는 2006년부터 모래의 흩날리는 성질을 이용해 어떤 대상에 대한 감성을 표현해왔다. 나에게 모래는, 학창시절엔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고전에 대한 저항의 소재였다. 지금의 모래는 희망과 바램, 그리고 동경의 대상에 가깝다. 모래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색들을 하나 하나 점들로 혼합해 마침내 완벽한 모래로 보여질 때, 그 희열은 정말 매력적이다.

김성엽

김성엽

작가 노트 모래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모래를 보며, 모래를 떠올리며 우리는 다양한 감성에 사로잡힌다. 때로는 추억을 회상하고, 때로는 허무함을 느끼고, 때로는 희망을 품는다. 사랑. 평온. 따뜻함. 그리고 소멸.. 이처럼 모래가 여러 감성을 품고 있는 것은, 수많은 모래 알갱이가 모여서 어떤 형상을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만들어가는 모래 형상도 하나 하나의 점들이 모여 이뤄진다. 나는 2006년부터 모래의 흩날리는 성질을 이용해 어떤 대상에 대한 감성을 표현해왔다. 나에게 모래는, 학창시절엔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고전에 대한 저항의 소재였다. 지금의 모래는 희망과 바램, 그리고 동경의 대상에 가깝다. 모래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색들을 하나 하나 점들로 혼합해 마침내 완벽한 모래로 보여질 때, 그 희열은 정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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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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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엽
작가

이렇게 큰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작업에 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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