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눈으로 말한다

온라인 개인전

그들은 눈으로 말한다

by minalee · 조회수 159회  · 2022년 4월 11일

나는 미나 작가를 마치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요, 수화기 너머로 대화를 나누는 내내 뭉근하고 보드라운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여우, 늑대, 고양이... 주둥이가 뾰족하고 코가 촉촉한 동물이 가득한 그림을 그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답니다. 미나 작가가 '고양이 화가'라는 필명으로 연재했던 글의 한 꼭지를 읽고서는 나도 모르게 말이에요,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가" 하고 충만한 감동을 받았지 뭐예요. 남은 글을 밤새 아껴 읽었던 그날 이후로 나는 그를 더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월간소묘 [고양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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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

미나 작가는 나에게 커다랗고 하얀 개, '다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존재들, 밤이면 두 눈이 번쩍하고 빛나는 동물들에 대한...

그림책 <조용한 세계>, 2020, 종이에 아크릴, 27.2x27.0cm

"...(중략) 다리는 여전히 (가족에게만) 순하고 다정한 개였어. 그날 이후로 알게 되었던 것 같아. 다리와 우리는 다른 차원에서 다른 시간대로 살고 있다는 거. 우리는 자연에서 한참 멀리 와버렸고 동물들은 아직 그 속에 속해있다는 거. 우리는 갈 수 없는 차원에 살고 있다는 거. 그래서 난 자연이, 그들의 세계가 더 아스라이 느껴졌어. 우리가 하늘의 별을 보고 바다의 깊은 파도를 보고 알 수 없는 위로를 얻는 것처럼. 무언가에 지쳐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몰려오는 향수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 "

같거나 이해할 수 없는

우리는 지성과 문명으로 쌓아올린 콘크리트 성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도시에 머무르는 동안 이따금 발 뒷꿈치를 들고 창 밖 너머 풍경을 바라보는 건 그리움 때문이겠지요. 오래된 나무, 숲속 공기, 금빛으로 물드는 아침의 광휘를 어찌 동경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신비의 숲>, 2019, 종이에 아크릴, 40.0x79.0cm

같은 맥락에서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역시 미나 작가가 나에게 전해주었지요. 작업실 가는 길, 전봇대 밑에 나뭇가지가 엄청 떨어져 있었다고 해요. 알고 보니 까치가 둥지를 지으려고 나뭇가지를 계속 갖다 놓는데, 구조 상 걸쳐두지 못해서 자꾸만 떨어졌다네요. 그걸 보면서 "주변에 나무가 많고 많은데, 왜 며칠 동안 하필 거기에 집을 지으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마치 인간 이성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요. 본능이 시키는 행동이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속삭임>, 2019, 종이에 아크릴, 33.0x30.0cm

미나 작가의 하루

<그림책 <나의 동네>>, 2018, 종이에 아크릴, 25.5x27.0cm

미나 작가의 작업실

그의 작업실에는 5살 삼색 고양이 미미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종일 그림을 그린다고 했습니다. 느지막한 아침에 일어나서 작업을 하다가, 밥 먹고 산책을 하고 또 작업을 한다고요. 주말과 평일 구분 없이 언제나요. 미나 작가는 일상에서 보이는 색깔, 눈에 확 들어오는 재미있는 형태들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구름숲> 시리즈 , 종이에 아크릴, 2013

울려대고 정신없이 몰아치는!

<구름숲> 시리즈를 보시면 알겠지만, 미나 작가는 과거 예민하고 섬세한 작업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숨을 정지해서 형태와 내용을 확정하며 완성하는 부류의 그림들 말이에요.

<그림책 <터널의 날들>>, 2016, 종이에 아크릴, 25.5x31.0cm

2016년 어느 계절에, 그는 그림책 <터널의 날들>을 만들다 동요하고 변화하는 틈새를 포착했습니다. 지루하고 멈춰있는 것들을 살아있는 시각적 이미지로써 드러내 보였습니다. 본질에 대한 탐구는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외피를 벗어던지고 번쩍이는 눈동자들 가운데서 격동의 변환점을 맞이한 것입니다.

<동물의 초상 - 모음>, 2021, 종이에 유화, 21.0x10.5cm

본질이라 함은 결국 나에게서 출발합니다. 나와 어떤 타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니까요. 진부하지만 확실한 세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부터 왔나? 어디로 가고 있나?" 미나 작가는 작업하는 내내 자신의 삶의 부분을 들춰내고, 다른 세계에 속한 존재에 대해 사유하면서 꿈꾸고 갈망한 것이 아닐까요? 그들과는 반대에 서있지만 계속해서 닿고자 하는 소망을 펼쳐내고 있는 거라고요.

아름다운 지점들을 모아 꺼내어 보여주는 것

인터뷰를 마치며 미나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결국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내 짐작과 달리, 그는 그림 한 점에 무엇인가 확실한 메시지를 담는 편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만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꼈던 이런 지점들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어 보여주고 싶다고요.

<여우의 꽃들>, 2021, 종이에 유화, 39.2x54.0cm

우리는 눈을 맞추면 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날카롭고 투명한 얼굴들, 눈으로 말하는 존재들과 눈을 맞추는 것으로 충분하다고요. 미나 작가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그토록 그리워 했던, 털이 가득한 원초적인 존재들 사이에 둘러싸여 또 다른 세계로 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동물#자연#본능#강렬한#따뜻한

작가노트

그리는 것들 자연에서 발견하는 어떤 순간을 떠올린다. 그건 한 줄의 문장일 수도 있고 이미지일 수도 있고 차갑거나 아픈 촉감일 수도 있다. 내 기억의 일부일 수도 있다. 찰나에서 발견하는 기분이 작업의 시작이 된다. 그리면서 기분은 희석되고 물감의 색, 붓의 거칠기, 그 날의 날씨 같은 다른 영감이 찾아오지만 시작은 늘 어떤 이끌림에 있다. 나는 동물들, 특히 정면에서 나를 응시하는 두개의 눈동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주 궁금했었다. 사람과 전혀 다른 생김새로 나를 바라보는 동물들. 그들은 또 그들끼리도 너무 다르다. 어떤 동물은 물에 살고 어떤 동물은 산에, 누구는 같은 동물을 잡아먹고, 누구는 풀만 먹는다. 사람은 동물의 세계 속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도려낸 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함께 사는 개와 고양이를 보아도 우리는 너무 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조명에 따라 바뀌는 눈동자의 모양과 저마다 다른 털색. 눈코입은 모두 똑같은데 전혀 다른 차원을 보고 맡고 먹는다. 낯선 냄새에 경계하고 보금자리에서는 나른한 얼굴을 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비슷할 지도 모른다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도 같다. 그들은 솔직하지만 말하지 않으니까.

minalee

minalee

Exhibition 2017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그림책 연대기> 작가 3인전 2018-2019 BIB 일본 순회 전시 <터널의 날들> 참여 2019 원픽셀오프라인 <숲 속의 팔레트> 개인전 2019 골든핸즈프렌즈 <고양이과 친구들> 개인전 2021 온양민속박물관 <동물과 문양> 단체전 2021 서울옥션강남센터 <제로베이스 프리뷰> 단체전 Picturebook [터널의 날들], [나의 동네], [조용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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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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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my

와 너무나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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