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그려내다

온라인 개인전

감각을 그려내다

by 곽은지 · 조회수 249회  · 2021년 4월 16일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곽은지는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을 통해 꾸준히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 작가지만 자신만의 주제와 시각 언어를 찾아내서 일관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곽은지가 주목하는 것은 가시적인 풍경 속의 비가시적인 존재들이다. 눈에 보이고 느껴지지만, 명확하게 명명할 수 없는 감각들을 다시 시각 이미지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창과 유리를 소재로, 눈에 보이는 풍경들을 변화하고, 완결되지 않은 또다른 시각적 단서로 제시했다. 빠르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곽은지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작가가 펼쳐낼 작업 세계를 기대해보자.

《Wavering map》, 탈영역우정국, 2020

가시적인 풍경 속의 비가시적인 존재를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풍경 중에 눈여겨보지 않아서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나, 명명하지 못하는 순간들이다. 작가는 그런 순간들에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산책 도중에 본 풍경을 그릴 때, 그 풍경 속에서 들었던 바람 소리나 도란도란 나누는 말소리 그리고 산책을 나갈 때까지 있었던 여러 스토리들은 캔버스 안에 담아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일반적으로 작품으로 그려지는 '눈으로 본' 풍경이 아니라, 그려지지 않는 감각들과 이야기들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곽은지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풍경 중에서 '일반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부분들'을 최대한 이미지로 표현해보려는 시도이다.

<두 개의 창 a>, 2020, Acrylic, gel medium, oil, spray on canvas, 162.2x130.3cm

창과 유리는 투명하니까 안에 담긴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외부 환경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날 창문에 성에가 끼면 밖이 전혀 보이지 않고, 또 시간이 지나면 성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유리는 시야를 왜곡시키기도 하는데 그 왜곡조차 금방 사라지는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 집 안의 창문을 떠올려보자. 창을 보는 각도나 빛에 따라 유리는 밖을 보여주기도 하고 안의 풍경을 반사하기도 한다. 또 창을 보는 사람을 비추기도 한다. 이것처럼 창은 확정적인 존재가 아닌, 상황에 따라 다른 장면을 조명하고 비춘다. 그리고 이런 변화와 변화들 사이의 왜곡이 곽은지 작업의 주된 주제이다.

곽은지가 주목한 창과 유리

창과 유리에 관심을 갖게 된 최초의 계기는

우연하게 유리컵을 보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따뜻한 물만 마시는 사람과 시원한 물만 마시는 두 사람이 동일한 유리컵에 물을 담은 광경을 본 것. 그것이 계기였다. 똑같은 유리컵에 똑같은 물을 담았지만 한 컵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다른 컵에는 차가운 물 때문에 이슬이 맺혀 있던 광경. 그 광경에서 작가는 유리가 주변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포착했다.

<공백인(Being blank-blank)>, 2020, Oil on acrylic panel, 20.0x20.0cm

왜곡되고 사라지는 것을 남겨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곽은지로 하여금 그림 작업에 매달리게 한다. 눈으로 본 것을 그리는 과정은 많은 것들이 왜곡되고 사라지게 하지만, 그만큼 많은 상상을 끌어들인다. 곽은지는 그림이 실재를 왜곡한다고 보기 때문에 자신의 작업 역시 하나의 완결된 것이 아닌,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여러 감각적인 단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곽은지의 드로잉 작업

이미지가 이미지를 낳는 방식을

곽은지는 작업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왜곡이라는 그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리컵을 관찰하는 그런 계기가 생기면, 비슷한 개념이나 감각을 주는 이미지나 글을 계속 모은다. 그리고 그때마다 여러 차례 드로잉으로 그림을 표현해본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작업을 할 때는 기성 이미지는 최대한 보지 않고, 작업해놓은 드로잉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작업을 한다. 이로써 작가가 처음 영감을 받은 이미지나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되어서, 이미지가 또다른 이미지를 낳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이로써 평면에는 작품에서 보는 것처럼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형상만이 표현될 뿐이다.

<flash>, 2020, Oil on canvas, 24.2x33.4cm

작품 제목이 감상을 도와주는 단서

때때로 추상적인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가 고민이 들 때면 제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곽은지는 작품 제목에라도 단서를 주겠다는 생각에서 '무제'라는 제목은 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하얀 자리(Weightless marks)- 갓 태어난 섬광>, 2020, Oil, spray on canvas, 60.6x60.6cm

영감을 받은 두루뭉술한 생각이나 감각을 이미지로 구체화시키면서 작업을 할 때면, 작업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구체적으로 떠오른다고 한다. 이때 형용사와 명사를 사용해 제목을 짓는데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들을 제목으로 고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하얀 자리(Weightless marks)>는 무게가 없는, 텅 빈 공백의 공간을 하얗다는 시각적인 표현에 담아 지은 제목이다.

<공백인(Being blank-blank)>, 2020, Oil, spray on acrylic panel, 135.0x120.0cm

붓질 그림자마저 그림이다

곽은지의 작업에는 아크릴 패널 위에 그린 작업들이 있다. 아크릴 패널은 마치 유리와 같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빈 공간이나 붓질, 물감 자국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아크릴 패널 위에 얇게 칠한 붓자국은 작가가 붓질을 하기 위해 움직인 동작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붓의 흔적을 그림자로 보여준다. 작가는 아크릴 패널이 만든 그림자도 그림의 일부로 생각하고 작품을 설치했다. 이처럼 곽은지의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업 과정마저 이미지로 그려낸다.

<두 개의 창 a> 세부, 2020

평면을 넘어 공간적인 회화 작품을 하는 것이

곽은지의 목표라고 한다. 현재는 평면 작업을 위주로 하지만 단순한 평면을 넘어선다. 도톰하게 물감이나 겔 미디엄을 올리기도 하고 오돌토돌하게 선을 표현하기도 했다. 앞으로 작가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매체에 적용해서 작품을 보여주려고 한다. 올해 7-8월에는 이번 작품을 포함한 신작을 새로운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더 확장될 곽은지의 작업을 관심있게 지켜보자.

곽은지의 작업실

액자 후면 및 측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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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창을 이루는 유리는 밖을 내다 보기 위해 투명해졌다. 하지만 그 창을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유리는 풍경을 반사하기도 하고 안의 풍경을 밖으로 비추기도 하며 창을 내다보는 사람을 비추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그저 하얗게 되기도 한다. 간혹 이 모든 것들이 우리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에따라 투명하게 스스로를 내보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투영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아무것도 내비치지 않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관계나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덧입혀지는 역할 같기도 하고 그저 우리가 하나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여러면을 가진다고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창은 열고 닫아 세상과 연결되면서도 손쉽게 단절되기 위해 두 짝을 가졌다. 그리고 겹쳐지기 위해 하나가 앞에 있고 다른 하나가 뒤에 있음으로 작은 단차가 생긴다. 여행길에 마주했던 호텔 벽의 수많은 한 쌍의 유리창은 같은 풍경을 반사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들 미세한 차이를 안고 다른 풍경을 담은 창이 되었다. 이후로 마주치는 모든 한 쌍의 창들 또한 같은 방향을 보아도 똑같이 비추지 않았고, 같은 풍경이라도 시간과 날씨에 따라 매일 달라졌다. 이번 작품들은 나란히 있지만 다른 풍경을 비추던 한 쌍의 창문과 서로 다른 방향을 보지만 합쳐지는 풍경을 보여주던 창문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다. 사람의 인지에 70퍼센트 이상 영향을 주는 시각도 같은 대상을 보지만 눈 사이의 약간의 거리 때문에 왼눈과 오른눈이 보는 형태에는 다름이 생긴다. 하나의 상으로 합쳐서 보여주는 것은 뇌의 역할이다. 이처럼 우리가 인지하는 것과 실제의 세상은 간극이 있다. 그 사이를 어떠한 것으로도 메울 수 없지만 우리는 쉽고 당연하게 다양한 해석과 오해와 시간들로 메운 후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작품들에서는 뇌의 역할을 잠시 걷어내보고자 했다. 왼눈이 본 그림은 왼 그림 그대로, 오른눈이 본 그림은 오른 그림 그대로. 같으면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하지만 언제가 같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렸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들과 그것을 상황에 따라 아주 투명하게, 혹은 조금 다르게 보여주는 창의 유리처럼 ‘움직이고 반사되는’ 이미지를 채집하고 상상한 풍경들을 작품으로 옮겼다. 같은 장면을 여러 방식으로 다시 그리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단서로 새로운 풍경을 그려나갔다. 나에게는 어쩐지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은 아주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소문이 입을 건너며 부풀려지고 어린아이가 조금씩 영향을 받아 자라나는 것처럼 시작은 알지만 끝은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으로 그려진 풍경들도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장면을 옮긴 것이고 여전히 내가 움직여 칠한 잔상인 붓질로 변하고 있으니 새로운 이해가 생기는 입체적인 모습이고 확장된 공간을 상상하는 단서가 된다면 좋겠다. 그림으로 옮기는 행위가 재현을 위한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조금씩 변해가고 움직이는 감각의 회화를 고민하는 지점이고 그것이 확장되어 낯선 풍경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부풀어 오른 두 개의 창》 작가 노트 중

곽은지

곽은지

2016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201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0 부풀어 오른 두 개의 창, 어라운드 울산, 울산 2018 원과 원의 대화, hQ 아트 그라운드, 울산 2017 올해의 작가 곽은지 개인전,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 [2인전] 2016 월 프로젝트-Wall Together, 유중아트센터 1 갤러리, 서울 2015 곽은지·정연지 전, 최정아 갤러리, 서울 2014 미쓰-展, 예술공간자유, 고양 [주요 단체전] 2020 2020아트페스타in제주, 산지천 갤러리, 제주 2020 생존신고, 수창청춘맨숀, 대구 2020 Wavering Map, 탈영역우정국, 서울 2019 바라 보고, 숨을 쉬다,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부산 2019 제 3회 A About new,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19 내 방에 걸린 그림전, 북구문화예술회관, 울산 2019 TIKI-TAKA, gallery Wall, 울산 2019 peace & green, 예술공간 봄, 수원 2018 제 2회 A About new,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18 시우시작전,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광주 2018 제 3회 감성전, 영상 아트 갤러리, 울산 2018 공간을 건너는 풍경, 무등갤러리, 광주 2017 베일이 사라진 공간, 장생포 창작스튜디오, 울산 2017 como como – all conections, 가고시포 갤러리, 서울 2017 ART SQUAT project AAA, 금강 사원아파트, 울산 2017 지역감성 청년작가 교류전, 부산금정문화회관, 부산 2016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여수엑스포컨벤션, 여수 2015 제 8회 ASYAAF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문화역서울 248, 서울 2014 아트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홀, 서울 2014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학위 청구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4 밝은 미래 展 | A Midsummer Day’s Dream, SBS˖프리즘타워, 서울 2014 외외-히展, 포네티브아트스페이스, 파주 2013 제 3회 JW중외 YOUNGART AWARD, 갤러리블루, 서울 2013 제 14회 GPS | 도°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3 제 6회 ASYAAF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문화역서울 248, 서울 2013 제 32회 ROOT 展, 공아트스페이스, 서울 [선정] 2020 신진미술인 지원을 통한 일상 전시 사업, 서울특별시 2020 생존신고 기획전시 참여, 수창청춘맨숀 2020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 기획전시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전문예술가지원, 울산문화재단 2019 숨을 쉬고, 보다 기획전시 참여,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2018 예술로 탄탄 지원, 울산문화재단 2018 기획전시지원, 광주무등갤러리 2017 올해의 작가 예술창작지원, 울산문화예술회관 [레지던시] 2017 장생포 창작스튜디오 2 기 입주, 울산 [작품 소장] 서울 중앙 지방 법원, 서울 동부 지방 법원, 울산문화예술회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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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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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지
작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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