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이단아, 최주열

온라인 개인전

풍류, 이단아, 최주열

by 최주열 · 조회수 574회  · 2021년 3월 10일

그림 앞에 서면 그것이 품은 심오한 의미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작가는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서,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나름의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릿속을 더듬어 수 세기에 걸친 미술사 양식과 무수한 거장들의 이름을 떠올려 본다. 그런데 최주열 작가의 작품 앞에서는 오로지 좋다 혹은 나쁘다는 순수한 취미 판단만이 존재하게 된다. 그는 그림을 그렸고, 나는 그것을 볼 뿐이다. 어떤 객관적인 사실이나 주장되는 진리는 무의미해지고 오직 내 주관이 가동하는 선험적 요인들이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낸다. 그것은 명백히 쾌(快)다.

최주열 작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만나서 반갑다! 최주열이라고 한다. 그냥 하고 싶은 작업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다.

<build2>

Q. 디자인과 컴퓨터 아트를 전공했는데. 페인팅을 하는 작가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디자이너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뉴욕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어느 날, 자취방에서 흔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마주치게 되었다. 짧은 추격 끝에 바퀴벌레를 죽이고 그 사체를 치우던 중, 날개를 발견했다. 그 순간 이놈은 왜 날개가 있는데 날아서 도망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본인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긴 했을까? 펴볼 생각은 했을까? 오히려 펴본 적이 없어 거추장스러운 짐처럼 여긴 것은 아닐까? 바로 그때였다. 죽은 바퀴벌레가 꿈틀거리며 나한테 말했다. "나는 사실 바퀴벌레가 아니야 너야"

School of Visual Arts NY 졸업 작품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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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돌아 펴 보지도 못한 채로, 스스로 만든 두려움이라는 허상에 묶여있는 페인팅이라는 내 날개를 마주하게 됐다. 그 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며 작업 활동을 했으며, 졸업 뒤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다가 순수 작가로서의 길을 확고히 결정했고 비로소 내 날개를 더욱 힘차게 파닥이기 시작한 것이다.

<Seoul>, 2020, 캔버스에 아크릴, 53.0x80.3cm

Q. 본인의 '날개'를 페인팅이라고 생각하고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우리나라에서 작가를 한다고 하면 "철이 안 들었네", "그러다 굶어 죽는다" 하는 시선이 있지 않나. 당연히 나도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순수 예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점점 커졌고,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개인 작업을 했지만, 회사에서 하는 느낌들이 많이 묻어나는 것이 싫어 전업 작가를 하게 되었다.

<Seoul>, 2020, 캔버스에 복합, 45.5x53.0cm

Q. 순수 회화를 전공하지 않아서 가능한 시도들 혹은 발상이 있다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미대를 나온 사람들은 거의 다 입시 미술을 했다. 그런데 나는 입시 미술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이렇게 묶여있지 않은 자유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Seoul>, 2021, 캔버스에 복합, 116.8x91.0cm

<media_1>

Q. 디지털 방식과 아날로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가 회화나 드로잉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꾸준히 영상 작업도 하고 있다. 매체마다 장점이 있는데……다만 디지털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페인팅은 예상할 수 없는 랜덤한 붓터치라든지 진짜라는 느낌이 있지 않나. 캔버스로 바로 내 마음을 표현하기도 쉽고 (직접적으로 전달되니까) 거친 느낌을 좋아한다.

<Seoul>, 2020, 캔버스에 혼합, 48.0x53.0cm

Q.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나만의 것을 표현하고자 그림이라는 매체를 사용한다. 오브젝트를 더하고 지우고 고민하면서 나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며 재미를 느낀다.

작업 과정

우리가 보고 느끼는 이 세상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서 내가 죽으면 끝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우주에서 그것들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작업은 결국 나를 가장 완벽하게 만족 시키는 작업인 셈이다. 정말 내 마음에 드는 작업을 하면 누군가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이가 있겠지.

<Seoul>, 2020, 캔버스에 복합, 100.0x80.3cm

Q. 작품 이름이 모두 <Seoul>이다. 지역 이름을 붙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처음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에는 그 요일로 이름을 붙였다. <Monday>, <Wednesday> 처럼.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헷갈려서 제목을 못 외우게 되었다. 그래서 도시 이름으로 바꿨다. 관객들이 내 그림을 보면서 자기만의 세상을 열었으면 좋겠어서 이렇게 제목을 붙인다. 나도 내가 마음에 드는, 그리고 싶은 걸 그렸으니까 그 사람들도 보고 싶은 방식으로 봐주길. 방해를 하고 싶지 않다.

<Seoul>, 2021, 캔버스에 복합, 90.9x72.7cm

Q.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명체들은 어떤 동물을 표현한 것인가?

알아서 생각하면 된다. 고양이, 사자, 토끼 아무거나. 모호하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그렸다.인물들도 눈, 코, 입을 없애거나 찌그러진 노란 감자 혹은 애벌레처럼 그리거나 이렇게……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보고 싶은 대로 봐라. 그림을 그릴 때에는 라인이라든지 형태, 색상과 구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그게 뭔지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Seoul>, 2020, 종이에 색연필, 57.8x45.3cm

Q. 색연필 드로잉과 페인팅이 어쩐지 다른 느낌이 든다. 차이를 두고 그리는 것인가?

딱히 그렇지는 않다. 그 당시 그리고 싶은 걸 그린 거라서. 색연필로도 엉성하게 그릴 때도 있다. 모든 재료를 다 좋아하지만 요새 유화를 좀 하고 싶은데 . 작업실이 지하에 있어서 환기가 안되어서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만약 지상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물감을 잔뜩 두껍게 발라 칠할 거다. 작품에 심오한 주제를 넣어 이해하게 하거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냥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이지 하는 생각 뿐이고, 거기에 온전히 집중한다.

최주열 작가의 작업실

<Seoul>, 2020, 캔버스에 복합, 130.3x130.3cm

Q. 인물을 많이 그리는 편인데, 자화상인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인물은 반항심에 그리기 시작했다. 유학 시절에 어떤 교수님이 작업에 인물을 넣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 너무 식상하다고 (지금까지 인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많이 나와서 어떻게 해도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생각해보니 그걸 따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왜 그 말을 들어야 하지 싶어서 스케치북에다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뉴욕을 떠날 때 친구들이 준 색연필 다섯 자루인가 있었는데, 그 색만 써서 그려봐야지 하니까 느낌이 괜찮았다. 그렇게 계속 그리고 있다.

<green_pink3>

Q. 작업을 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성에 안 차는 어떤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항상 그렇다. 어떻게 보면 100% 만족하는 게 불가능해서. 어느 정도 완성된 걸 보면 마음에 들기도 하는데. 항상 뭔가 부족해 보인다.

Q. 주위 사람들, 관람자들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인가

이게 뭐냐.

<Seoul>, 2021, 캔버스에 복합, 37.9x45.5cm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행복합시다.

#아크릴#드로잉#디자인#힙한#실험적#트렌디한#색연필#페인팅#독특한#기이한#개성있는#뉴욕#2D#애니메이션

작가노트

뉴욕에서 생활은 지금까지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가 됐는데.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뉴욕에서 성공한 디자이너가 되고 말리라 하는 목표를 안고 뉴욕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던 어느날, 자취방에서 뉴욕에서 흔히 보이는 바퀴벌레 한마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짧은 시간의 추격 끝에 나는 바퀴벌레를 죽였고 그의 사체를 처리하던 중 날개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 순간 이놈은 자신이 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날개를 이용하지 않고 쫓기기만 할까. 왜 어둡고 습한곳을 찾아 전전긍긍 할 것이 아니라 빛을 향해 탈출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바퀴벌레는 자기보다 더 크고 무서운 상상속의 괴물이 두려워 퀴퀴한 어둠속에 갇혀 날아가지도 어쩌지도 못한 것은 아닐까,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 날개를 펴 볼 생각을 했을까? 아니 오히려 펴본 적도 없는 날개를 거추장스런 짐으로 여긴것은 아닐까? 바로 그때였다 죽은 바퀴벌레가 꿈틀거리며 나한태 말했다 "나는 사실 바퀴벌레가 아니라 너야" 나는 뒤돌아 펴 보지도 못한채 실제하는 실패가 아닌 스스로가 만든 두려움이라는 허상에 묶여있는 페인팅 이라는 내 날개를 마주하게 됐다. 그 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며 작업활동을 했으며, 졸업 뒤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던 중, 디자이너가 아닌 순수작가로서의 길을 확고히 결정했고 날개를 더욱 힘차게 파닥이기시작했다. 나의 외면의 세상에 신경을 쓰다보면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결국 나의 것이 아닌 다른 행복을 좇게 된다. 라마나 마하리쉬라는 한 성인은 진정한 자아를 바라보게 되면 진정한 행복도 바라볼수 있다고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작품활동이 그 방법이다. 그저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한 복잡 미묘한, 나만의 것을 표현하고자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해서 표현하는데, 오브젝트를 더하고 지우며 고민하면서, 나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며 재미를 느낀다. 난 그저 내가 살아있는 한 나를 바쳐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작품활동을 영원히 이어나갈 생각이다.

최주열

최주열

석사 School of Visual Arts MFA Computer Arts 수료 NY 학사 가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초대 개인전] 2020 만나서 반가워, Art Major, Seoul 2019 그림자 Shadow, Space776, Seoul 저 편 Adumbration, 미부아트센터, Busan 2018 알맞은 덩어리 Apartrumpet, SVA 서초갤러리, Seoul Ungeziefer(해충), Space 776, Brooklyn, NY [그룹전] 2021 One-Piece, 아줄레주 갤러리, Seoul New Wave, 아트리에 갤러리, Seoul 2020 KIAF 키아프 아트 서울, 아줄레주 갤러리, Seoul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미라클어스, Busan 2017 Moonrise / Sunrise, Neon Tribe, Brooklyn, NY Summer Vacation, New Studio, New York, NY 2016 It's moving day, New Studio, New York, NY Cubes of Korean Literature, K/Reate, New York, NY 2015 Roach, Visual Arts Gallery,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NY 31 Peace Clock Exhibition, K/Reate, New York, NY 2008 Media Manipulation, 가천대학교 졸업전시회, South Korea [수상 및 활동] 2017 Escape INTO, Open Studio, Brooklyn, NY 2016 Official Selection, Bushwick Film Festival, Brooklyn, NY Official Selection, Los Angeles CineFest, Los Angeles, CA Official Selection, Amsterdam Lift-Off Film online Festival, Amsterdam 2015 Finalist, Taiwan International Student Design Competition, Tiwan School of Visual Arts MFACA Selected Thesis Works, New York, NY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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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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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5월 말까지 전시하시는군요!! 꼭 참관할게요~!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 기대되는 그림들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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